2009. 12. 3.

[서울] 닥터 이라부 에피소드 1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와 인더풀은 군대에서 재밌게 읽었던 책들이다. 그의 작품에 녹아있는 유쾌함을 머리속으로 그려보곤 했다. 그래서 기운이 없고 기분이 안 좋을 때 읽고 싶은 책을 추천한다면 단연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추천해주고 싶다. 사실 닥터이라부는 군대에 있을 때부터 보고싶었다. 머리속으로만 상상했던 그의 작품을 눈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몇일 전 이 공연의 티켓을 예매했을땐 설레임이 내 마음속에 가득 차 있었다. 한편으로는 원작의 색깔을 잘 살려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다. 배우들이 작품의 특징을 너무도 잘 살려주었다. 이라부의 변태스럽고 바보스러운 모습은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그대로이다. 주인공인 만큼 그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그런만큼 극중의 흐름을 매끄럽게 이어가주었다. 하지만 공연중에 내 마음을 빼앗아 가버린 캐릭터는 마유미다. 공연에서 마유미의 비중은 책에서보다 컸다. 책에서 살짝 소개된 그녀의 특징을 제대로 부각시켰다. 그녀는 공연중에 엉뚱하고 간호사답지 않은 복장과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가장 큰 웃음을 주었다. 그녀의 멀쩡한 외모에서 약간 사이코틱한 행동들은 언밸런스한 맛이 있었다. 그 덕분에 감초역인 마유미가 공연에서는 주인공 못지 않은 비중을 가졌다. 인기 또한 주인공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이 밖에도 3개의 에피소드에서 환자로 나오는 강철근, 이해리, 김선남씨의 연기도 원작의 느낌이 한껏 묻어났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의자가 불편하다는 것이다. 물론 중간에 마유미 덕분에 몸풀기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애교로 넘어가 줄 수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마유미에게 선택을 받아 무대위에 올라간 것이다. 마유미는 특유의 멘트로 나에게 무대위에서 몸을 풀게 시켰고 관객들은 나의 동작을 따라했다. 몸풀기가 끝난 뒤에 자리에 들어가는데 나에게 봉투에 담겨진 것을 건냈다. 순간 공연티켓이나 음식점 쿠폰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역시나 마유미였다.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은 공연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처음 보러간 공연이었지만 나에게 큰 추억을 안겨주었다. 이 공연을 선택한 당신은 2시간동안 신나게 웃으며 보낼것이다. 단, 주의할 점은 너무 웃어서 공연 끝나고 배가 고프다는것뿐...

- 09년 1월 18일 23시 44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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